마지막 업데이트 2026년 9월 13일 · 법령이나 제도가 바뀌면 이 글도 함께 고칩니다.
제사상차림은 매년 하면서도 매년 헷갈립니다. 홍동백서인지 조율이시인지, 전은 몇 가지를 부쳐야 하는지, 어른들 말씀도 집집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2022년에 성균관이 기준을 내놨습니다. 그 내용이 많은 분들이 알고 있던 것과 꽤 다릅니다. 전은 안 올려도 되고, 음식은 아홉 가지면 충분하며, 홍동백서라는 말은 예법 문헌에 아예 없습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옛 문헌을 근거로 든 것입니다.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했는지까지 정리했습니다.
30초 요약
- 성균관 기준으로 차례상 음식은 많아야 아홉 가지면 됩니다
- 전은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기름에 지진 음식은 예가 아니라는 옛 기록이 근거입니다
- 홍동백서·조율이시는 예법 책에 없는 말입니다. 놓는 자리는 가족이 정하면 됩니다
- 지방은 「현 + 관계 + 직위 + 신위」 순서입니다. 한글로 써도 됩니다
- 명절 차례와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는 상차림도 절차도 다릅니다
성균관 기준 — 아홉 가지면 됩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2022년 9월 5일에 발표한 「차례상 표준안」입니다. 위원장은 최영갑 위원장이었습니다.
| 품목 | |
|---|---|
| 기본 여섯 가지 | 송편 · 나물 · 구이 · 김치 · 과일 · 술 |
| 더 올리고 싶다면 | 육류 · 생선 · 떡 |
| 합계 | 많아야 아홉 가지 |
여섯 가지가 기본이고, 형편이 되면 세 가지를 더 올리는 정도입니다. 스무 가지 넘게 차리던 상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됩니다.
전을 안 올려도 되는 근거
가장 놀라운 부분이 여기입니다. 위원회는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근거로 옛 문헌을 들었습니다.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 — 기름진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
『사계전서』는 조선 예학의 대가인 사계 김장생의 문집입니다. 원문은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전을 부치는 것은 원래 예법이 아니었는데 관습으로 굳어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명절마다 가장 손이 많이 가고 가장 다투게 되는 일이 전 부치기입니다. 그 일이 원래 안 해도 되는 일이었다는 뜻입니다.
홍동백서·조율이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 대추·밤·배·감 순서. 다들 이걸 지켜야 하는 법도로 알고 계시지만, 위원회는 「예법을 다룬 문헌에 그런 표현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과일 가짓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섯 가지를 갖추기 어려우면 줄여서 쓸 수 있다」는 기록이 있다고 했습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제물을 놓는 자리는 가족이 정하면 됩니다. 어느 집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애초에 정해진 게 없었던 겁니다. 표준안 리플렛은 성균관유도회총본부에서 배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순서가 궁금하다면
제사상차림 순서를 찾는 분이 많은데, 정해진 법은 없습니다. 다만 많은 집이 쓰는 다섯 줄 배치는 있습니다. 신위(지방) 쪽이 북쪽이고, 절하는 사람 쪽이 남쪽입니다.
| 줄 | 놓는 것 |
|---|---|
| 1열 (신위 쪽) | 밥·국·술잔 — 차례라면 송편이나 떡국 |
| 2열 | 구이·전 등 주요리 |
| 3열 | 탕 |
| 4열 | 나물·김치·포 |
| 5열 (절하는 쪽) | 과일·과자 |
흔히 말하는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좌포우혜(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도 같은 성격입니다. 참고는 하되 못 지켰다고 잘못된 게 아닙니다.
지방 쓰는 법
지방(紙榜)은 돌아가신 분을 모시는 자리를 대신하는 종이입니다. 규격은 폭 6cm, 길이 22cm의 한지나 흰 종이를 씁니다.
쓰는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顯 + 관계 + 직위 + 신위 현 고 학생 신위 顯(현) 「나타나실」이라는 뜻. 맨 앞에 붙습니다 관계 제사 지내는 사람 기준 — 아버지면 考(고) 직위 벼슬이 없으면 남자는 學生(학생), 여자는 孺人(유인) 神位 「신께서 계신 자리」
| 누구 | 한자 | 읽는 법 |
|---|---|---|
| 아버지 | 顯考學生府君神位 | 현고학생부군신위 |
| 어머니 | 顯妣孺人◯◯◯氏神位 | 현비유인◯◯◯씨신위 |
| 할아버지 | 顯祖考學生府君神位 | 현조고학생부군신위 |
| 할머니 | 顯祖妣孺人◯◯◯氏神位 | 현조비유인◯◯◯씨신위 |
| 증조부 | 顯曾祖考學生府君神位 | 현증조고학생부군신위 |
| 남편 | 顯辟學生府君神位 | 현벽학생부군신위 |
| 아내 | 亡室孺人◯◯◯氏神位 | 망실유인◯◯◯씨신위 |
어머니 지방에는 본관과 성을 넣습니다. 김해 김씨라면 「顯妣孺人金海金氏神位」가 됩니다. 아버지 쪽에 쓰는 부군(府君)은 남자 조상을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부모님을 함께 모실 때는 한 장에 나란히 씁니다. 이때 남자가 왼쪽, 여자가 오른쪽입니다. 절하는 사람 기준이 아니라 신위 기준이라 마주 봤을 때는 반대로 보입니다.
한글로 써도 됩니다
한자를 꼭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아버님 신위」, 「어머님 김해 김씨 신위」처럼 한글로 쓰는 것도 괜찮습니다. 성균관도 한글 지방을 인정합니다.
학생(學生)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리는 분도 계신데, 이건 「벼슬을 하지 않은 분」이라는 뜻이지 낮추는 말이 아닙니다. 그래도 부담스러우면 빼고 「아버님 신위」로 쓰셔도 됩니다.
제사가 끝나면 지방은 태웁니다. 보관하지 않습니다.
차례와 기제사는 다릅니다
둘을 같은 것으로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 지내는 날도 시간도 절차도 다릅니다.
| 차례 | 기제사 | |
|---|---|---|
| 언제 | 설·추석 등 명절 아침 | 돌아가신 날 |
| 대상 | 여러 대 조상을 한 번에 | 그 한 분(과 배우자) |
| 주식 | 떡국 · 송편 | 밥과 국 |
| 술 | 한 번만 올림 | 세 번 올림 |
| 축문 | 읽지 않는 것이 보통 | 읽음 |
중요한 건 차례가 원래 더 간소한 의식이라는 점입니다. 술 한 잔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차례상을 기제사상보다 크게 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꾸로 된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복숭아와 삼치는 정말 올리면 안 되나요?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다고 해서, 「치」로 끝나는 생선(갈치·꽁치·삼치)은 흔한 생선이라 격이 낮다고 해서 피해 온 관습입니다. 예법 문헌에 근거가 있는 규칙은 아닙니다. 다만 집안 어른들이 마음 쓰시는 부분이라면 굳이 부딪힐 일은 아닙니다.
고인이 좋아하시던 음식을 올려도 되나요?
됩니다. 성균관도 가족이 상의해서 정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피자나 치킨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기리는 마음이 형식보다 앞선다는 것이 표준안의 취지입니다.
제사 음식을 사서 써도 되나요?
됩니다. 반찬가게나 대행 서비스를 쓰는 집이 늘고 있습니다. 직접 만들어야 정성이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여러 집이 모인다면 미리 상의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당일에 말이 나오면 서로 불편해집니다.
지방 대신 사진을 놓아도 되나요?
됩니다. 영정 사진이 있으면 지방 대신 씁니다. 둘 다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지방은 사진이 없던 시절에 자리를 대신하던 것이라, 사진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제사를 안 지내면 안 되나요?
법으로 정해진 의무가 아닙니다. 지내는 방식도 횟수도 가족이 정할 문제입니다. 전통 의례의 유래가 궁금하다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항목별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여러 분의 기일을 하루로 합쳐 지내거나, 성묘로 대신하는 집도 많습니다.
정리하면
제사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 상당수는 예법이 아니라 관습이었습니다. 전 부치기도, 홍동백서도 그렇습니다.
성균관이 내놓은 답은 단순합니다. 음식은 아홉 가지면 되고, 놓는 자리는 가족이 정하면 됩니다. 형식을 줄인 만큼 준비하는 사람이 덜 힘들어야, 그 자리가 오래 갑니다.
